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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코딱지
엄마가 내 인생 최고인 아이들은 3월 한 달 동안 새로움에 적응하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그 고생의 뒤에는 엄마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엄마보다 더 많은 정을 주고, 더 깊은 대화를 하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봄날을 응원한다.
글_ 김인숙 기자
딸아이와 함께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던 저녁이었다.
뿌연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며 푸석해진 얼굴과 꺼진 눈 밑을 보니 ‘나이 듦’이 새삼 와 닿는 목욕시간이었다.
과연 내 나이 40에 不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내 얼굴 모양새를 책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가 40세에 직접 겪었으니, 내 나이 60에는 알 수 있을까 모르겠다.
딸아이에게 엄마는 할머니가 되기 싫다며, 우윳빛의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진지함을 토로하던 중, 갑자기 내게 나이를 물었다.
“엄마는 몇 살이야?”
“서른여덟. 너랑 서른두 살 차이다.”
“그럼, 내가 서른여덟 살 일 때 엄마는 몇 살이야?”
“일흔 살.”
“그럼 내가 일흔 살 일 때 엄마는 몇 살이야?”
시작되었다. 그녀의 꼬리를 무는 질문이. 결국 우리 둘의 나이는 백세를 넘겼다.
“민서야, 엄마는 할머니가 되기 싫다.”
“왜?”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민서랑 헤어져야 하니까.”
“할머니가 되면 하늘나라에 가거든.”
“난 엄마랑 헤어지는 거 싫은데.”
“근데, 누구나 나이가 들면 하늘나라로 가거든. 너도 할머니가 되면 하늘나라로 가고. 그럼 그 때 엄마랑 다시 만날 수 있어.”
순간,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난다는데, 그리고 죽음을 알 나이도 아닌데, 왜 울까싶었다.
“엄마, 근데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서로 못 만나면 어떡하지?”
아이는 엄마의 죽음보다 우리가 서로 못 만날까봐 그게 더 두려웠던 것이다.
“걱정 하지마. 하늘나라에 가면 다 만나게 돼 있어. 그러니까 엄마랑 헤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이 핏덩이 같았던 아이가 자라고, 자랄수록 나는 조금씩 더 늙어간다는 슬픔과 그녀도 언젠가 할머니가 될 거라는 상,
그리고 아흔여섯의 우리 할머니도 민서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상념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스무 살도 채 안되어 엄마보다 이성친구를 더 좋아할 것임을 다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속아주고 싶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였다는 것을.
글|김인숙 기자
에디터|EK(주)_월간유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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