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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통한 교육, 숲에서 실현하다
동탄 나인유치원
한때 유행처럼 숲 교육, 생태교육 바람이 불었다. 단순히 남들이 하니까, 중요하다고 하니까 따라 하는 원들이 많았다면, 그 인기는 아마 금세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숲과 생태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교육 효과는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 이달에는 꾸준히 숲 교육을 실천하고 그 효과로 명성이 높은 나인유치원을 찾았다. 경북 숲유치원협회가 주관하는 전국 숲 체험 실천사례에서 경북도지사상을 수상한 이력에 빛나는 나인유치원의 숲 교육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이들이 잘 노는 것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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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종 원장은 1999년 이전까지 일반 직장인으로 유아교육에는 문외한이었다. 유치원에 관련해서는 늘 제3자 입장에서 바라봤던 그는 한국 유치원의 ‘보여주기 식 교육’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됐다. 고민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과감히 유아교육과 학생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다양한 유아교육 프로그램, 특히 외국 학자들의 교육 철학에 대해 배우며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외국 교육 프로그램을 무조건 ‘좋다’하여 우리나라에 도입해 상품화 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유 원장은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숲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순수한 교육자의 마음에서 그당시 유아교육을 봤을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유아시절을 떠올려보니, 유명교재교구,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산과 들에서 참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났다. 요즘 도심 속 아이들은 유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는 것 같다.나는 그런 주입식 교육보다 내가 경험했던 자연 속에서의 교육을 하고 싶었다"
유 원장은 ‘유아는 유아답게 열심히 잘 노는 것이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놀며 배운 경험이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오히려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늦깎이로 유아교육에 뛰어들어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그는 지금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다.
숲에서 놀자, 유아 주도형 숲 놀이
나인유치원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원 근처 구봉산에서 숲 활동을 한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해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랬던 아이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산과 숲에서 활동하니 체력이 크게 성장해 2학기에는 숲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힘들다, 다리 아프다 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니까 어찌나 산에 잘 오르는지.다람쥐처럼 교사가 못 따라갈 정도로 재빠르다. 그만큼 체력이 좋아졌다는 반증이라 기뻤다.또한 교사의 개입이 없어도 아이들끼리 알아서 상호작용하며 주도적으로 숲 놀이를 한다.교사는 활동 가이드만 정해주고 안전하게 놀이할 수 있도록 지도할 뿐이다.교사 주도형이 아니라 유아 주도형 숲 놀이가 되는 것이다."
하원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숲 활동을 더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한 유 원장.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을 때만큼은 원 없이 자유롭게 놀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때문에 아이들이 숲, 생태 활동은 물론 텃밭 가꾸기, 목공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나인유치원 체험원’을 계획 중이다.
“아이들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행동과 습관으로 드러나고, 또 이것이 바른 인성이 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바르게 거친 아이들은 아름다운 성품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 감정, 행동, 삶의 목표, 다른 사람과의 바람직한 관계 등을 위하여 훈련하는것.
전원유치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아름다운 성품을 지니고,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로지 아이들만을 생각한 특별 프로그램, 목공놀이
나인유치원 옥상에는 별도의 목공실이 있다. 이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목공 지도 전임 교수와 함께 아이들이 직접 망치와 톱을 이용해 나무 자동차 등 자연 교구를 제작한다. 집에서는 물론 다른 원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활동이다.
“개원한 이래 계속해서 목공놀이를 해왔다. 아이들에게 자연물을 이용한 교구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처음에 아이들이 직접 망치와 톱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느냐며 걱정부터 했다.하지만 오히려 서로 조심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며 안전하게 활동한다. 교사들도 특별히 주의하고 있으며,전임 교수가 지도하기 때문인지 목공실에서는 단 한 번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지금은 걱정하던 부모들도 우리 원의 특별 프로그램을 이해하며 아이들만큼이나 목공놀이를 좋아한다"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만 즐기는 축제, 발표회
애초부터 ‘보여주기 식’교육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한 유 원장. 나인유치원 행사들은 별도의 부모 초대 없이 형님반, 동생반 아이들끼리 즐기는 발표회만 하고 있다. 1년 중 부모가 참여하는 행사는 딱 두 개, 가족운동회와 부모 참여수업이 전부다.
"부모를 초대하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하지만 아이들 중에는 무대 위에서 잘 하는 아이도 있고, 분명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이런 모습을 부모가 본다면 남의 아이와 비교하게 되거나, 속상해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또한 교사와 아이들도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100% 맞다고 할 수 없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교육관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부모 오리엔테이션 때마다 ‘보여주기’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사가 다니고 싶은 원이 되어야 아이가 오고 싶은 원이 된다!
"공립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나는 교사들이 신나야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교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아이들과 재밌게 활동할 마음이 나겠나.원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나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 바로 호봉이다. 나인유치원 교사들은 공립 교사 호봉과 동일하게 대우받고 있다.또한 교사들이 일과 중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차량 운행인데, 이 또한 담임 교사들을 적극 지원한다.차량 지도는 부담임이 담당하고, 그 시간에 담임 교사는 관찰해야 하는 아이들, 교육 연구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청소도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는다. 최대한 교사들이 교육 외 업무로 스트레스받지 않고,교육자로서 아이들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인유치원만의 원 운영 비법은 교사를 위한 것이 결국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마인드에서 나온다. 이 같은 근무조건 덕분에 나인유치원 교사들의 평균 근무 년수는 10년을 넘는다.
유근종 원장 인터뷰
지금까지 사립유치원이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긴 역사를 이끌고, 많은 부분을 책임져왔다. 정부에서도 이를 인정해주고, 사립유치원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물론 문제가 있는 일부 원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매도되는 것을 보면 매우 가슴 아프다. 대한민국 유아교육은 공사립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으로 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문을 닫는 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함께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많은 사립유치원 원장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과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대한민국의 밝은 유아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주연(졸업생 차윤혁, 물푸레나무반 차윤채 어린이 부모)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실제 교사 생활도 했었기 때문에 내 아이가 다닐 원을 고민하면서 원장 선생님의 교육 가치관과 선생님들의 인성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인유치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 선생님들을 보자 ‘정말 잘 왔구나. 이런 원이라면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겠구나’ 싶어 무척 안심이 되었다. 엄마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은 역시 먹거리였다. 나인유치원은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전혀 먹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간식, 삶은 고구마, 감자, 오이나 멸치 등을 주었다. 나인유치원을 다니며 식습관 개선은 물론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성장한 두 아이를 보니, 정말 탁월하게 원을 선택한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에디터|EK(주)_월간유아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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