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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코딱지
이제 막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 내 아이를 보고 있자면,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한글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언제 이렇게 다 읽는 거지?
내가천재를낳았나? ’
그 날도 딸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길거리에 난무하는 간판들을 읽는 것이 취미인 요즘, 열심히 읽어내기 시작했다.
“노래방, 비어19, 노래빠, 소문난 생고기, 서유기, 거기서만나, 투다리”
“……”
아이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당당했으나, 나는 어디론가 기어들어가고 싶은 순간이었다.
물론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읽는 것은 아닐테지만 듣는 엄마로서 미안해졌다. 아름다운 글들을 읽게 해주기는커녕 5살이 몰라도 될 단어들을 생애 첫 단어로 배우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기까지 했다.
이사를 가야하나. 이사를 간들 그 어디든 노래방 하나 없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사 생각은 5초 만에 유난스러운 상상으로 끝이 났다.
이윽고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서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엄마, 저년주차가뭐야?”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저기 저년주차라고 써 있잖아”
“저건 전면주차라고 써 있는 거야. 자동차가 벽에 방귀를 뿡뿡 뀌면 벽이 더러워지니까 자동차 앞을 벽 쪽으로 대라는
뜻이지.”
“아니거든요!저.년.주.차 거든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한글을 제대로 읽는 그 날 까지 그녀에게 전면주차는 ‘저년주차’일 것이다. 집까지 오는 길이 멀고도 먼 길이었다.
글|김인숙 기자
에디터|EK(주)_월간유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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