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바글 맘앤대디생각 놀이터
최근 본 콘텐츠
[청학동 김봉곤 훈장 칼럼]
김봉곤 훈장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훌륭한 자식농사 기본은 예(禮)_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사회를 정리하는 체제가 바로 예(禮)이다. 그만큼 중요한 규범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호에서는 애니미즘적 원초신앙에서 출발하는 예(禮)에 대해 알아보자.
예! 禮! yeah!애니미즘적 원초신앙에서 출발인류와 함께하는 그림자 역할절
예(禮)는 흔히 예의, 예절이라는 말로 사용되지만 사실상 예(禮)는 대단히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인적인 통과의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비롯해 국가의례와 사회제도 전반을 가리킨다. 인간의 행동양태를 규범화하는 예(禮)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사회의 체제를 유지하고 인간 관계망을 확립하며 질서화하는 원리로써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禮)는 어디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시(示)+풍(豊)이 합쳐져서 예(禮)라는 글자가 만들어지게 된다. ‘풍(豊)’자는 ‘잔대(盞臺:술잔을받치는 데 쓰는 그릇)’라는 뜻으로, 행례지기(行禮之器:예를 거행하는 그릇)란 뜻이고 ‘시(示:볼시)’자는 세분화 하면 이(二:두이)+천(川:내천)이 된다. 이것을 주역(周易)에서는 일(日:해일), 월(月:달월), 성(星:별성) 즉 해와 달과 별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시(示)란 신사(神事:신들의 일)가 되는 것이고 옛 성현들은 이러한 신도(神道)인 천문(天文)을 보고 시변(時變)과 길흉(吉凶)을 점쳤으며, 거기에 맞게 인사(人事)를 대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예(禮)자는 한마디로 사신치복(事神致福:신을 섬겨 복을 이르게 하는 것)이 된다.
예(禮)에는 오례(五禮:길(吉), 흉(凶), 군(軍), 빈(賓), 가(嘉))가 있는데 그 중에서 옛 선현들은 제례(祭禮)를 가장 소중히 여겼고, 예(禮)자 또한 인간들이 신에게 그릇에 음식을 풍성하게 담아 정성껏 신을 섬기는 의식을 본떠 만들었던 것이다. 예(禮)는 이(履:신발)와 같다고 예기(禮記)라는 책에서 말함으로써 인간들이 꼭 신발을 신고 다니듯 우리들이 항상 의지해야 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예(禮)는 해, 달, 별 등에 신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이른바 애니미즘(animism)적 원초신앙(原初信仰)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禮)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부분이 있는 반면 이미 수 천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이고, 보편적이고, 체계화되어 있다. 그래서 예(禮)는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영(影:그림자영) 즉, 그림자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가장 기초, 땅을 딛는 ‘신발’과 같은 존재인 예를 가르치는 일 또한 가장 기본적인 교사의 덕목이다.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님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노력의 주체가 교사로만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 나아가 이웃과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다만 생활과 같은 예(禮)를 헌신짝 취급하는 작금의 사태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글|김봉곤
에디터|EK(주)_월간유아 취재팀